"어? 입국티켓이 없으시네요?"
"아! 네, 6개월쯤 있다가 올건데 언제 확실히 돌아올지 몰라서요."
예상치 못하게 공항에서 편도입국 티켓이 문제가 됐다.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걸릴줄은 몰랐다. 결국 관리직인 듯한 여자가 왔다.
"만약 리마에서 입국거부되면 출국시켜드린 첫 항공사 잘못이예요. 그래서 저희가 리턴비용, 그에따른 숙박비용도 모두 저희가 부담해야 하거든요."
"만약 입국거부되면 그 자리에서 노트북꺼내서 티켓 살꺼예요."
결국 출국 못시켜준다는 일본항공 담당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아주 잘 정리된 양식에 날짜와 사인만 했으니 이런사람들이 종종 있나보다. 내색하지않고 사인을 했지만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동안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에 감춰져있던 불안감들 까지도 밀려온듯했다. 갑자기 배가 아파와 화장실을 세번이나 갔다 왔으니까.
'입국못하면 어쩌지?'
멀리 공항까지 배웅와 준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밥을 먹었다. 출국장이 내려다보이는 공항2층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맛이 있는지 없는지. 기대감은 커녕 마음이 왜이렇게 불안하고 덜덜 떨리던지... 회사생활 5년동안 나와 가장 가깝게 지낸, 이젠 둘도없는 친구들이 된 회사친구들과 웃으며 얘기를 하다 결국 뱉어버렸다.
"야! 나나나 모모모못가겠어. 크크크크크"
평소처럼 시덥잖은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지만 애쓰는 웃음이라는 걸 모두 알아챘다. 귀신같은 것들. 235일동안의 내 여행의 첫날을 유일하게 아는 친구들에게 제대로 걸려버렸다. 둘러 앉아 내 지난 여행을 얘기하다 보면 하나도 똑같지 않은 말투로 그때 내말을 흉내내는 김쥐노 이자식과 그 옆에서 졸라 똑같다며 낄낄거리는 친구들(Chu, Sy)을 만들어 버린 실언(失言)의 아픔. 내 인생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된 중남미 여행의 첫 에피소드. 2011년 11월 26일의 인천공항.
그렇게. 나의 여행이. 시작됐다. - by 글솜씨 없는
At a restaurant with friends in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ICN) at 11:35 a.m. on November 26, 2011.
크게 보기